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물건을 잘 간수 못하는 나를 생각해보면 잃어버리지도 않고 잘도 오래 썼다. 앱등이로서의 시작을 알린 제품이 맥북이었다면 iPhone3GS는 본격적으로 애플에 탐닉하게 만들어 주었고 여기에 iPad까지 합쳐지면서 이른바 애플의 시대가 열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 위에서 논문도 썼고 많은 일을 했다. 모든 일에서의 일상을 다 iPhone3GS과 iPad, 그리고 맥북이 함께 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했던 iPhone3GS가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iPhone5를 예약했고 금요일에 받을 예정이며 이미 케이스는 구입하였다. iPhone3GS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iPhone3GS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바꾼 첫 번째 핸드폰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는 사실 그저 핸드폰을 구입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쓴 감이 있다. 그나마 LG의 쵸컬릿폰을 지목해서 구입해 쓰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쵸컬릿폰이 나온지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리고 쵸컬릿폰 다음 모델로 쓴 핸드폰도 그냥 막 구입한 감이 있는 폰이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핸드폰을 쓰면서 다른 전자기기에 비하면 핸드폰에 있어서는 기술 도입이 늦었다. 컬러폰도, 카메라폰도, 슬라이폰도 도입이 늦었다. 하지만 iPhone3GS를 사는 데 있어서는 늦지 않았다.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지금은 사실 인스타그램 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를 않지만 이러한 SNS들도 iPhone3GS를 통해 탐닉할 수 있었다. 심각하게 SMS를 많이 썼지만 iPhone3GS를 사면서 와츠앱을 알게 되었고, 그 뒤에 등장한 카카오톡과 iMessage를 통해 문자질에서도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문자질을 엄청 하던 나로서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폰뱅킹도 많이 했었지만 스마트폰뱅킹도 나에게 생활의 큰 변화를 준 것도 사실이었다. iPhone3GS의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그것을 바로 폰으로 보정하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증감현실을 이용한 지도서비스와 서울버스는 이전에 지하철막차시간만 겨우 있는 피처폰 메뉴에서 놀라울 정도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이런 경험을 처음하게 해준 것이 바로 iPhone3GS였다. 확실히 iPhone3GS를 만나면서 많은 생활의 변화를 겪었다. 적어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삶을 얼마나 바꿔줄 수 있는 지를 수없이 느꼈고, 이러한 변화는 주위에 iPhone3GS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 매우 유용한 도구임을 강력하게 주위에 권하게 해주었다.
iPhone3GS는 이미 예전의 모델이 되었다. 이후에 iPhone4와 iPhone4S가 나왔다. iPhone3GS는 시리도 지원하지 않고 iOS의 업그레이드에 따라서 점차 이제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데 점차 버벅거림도 크고, 다른 스마트폰들에 비해 하드웨어의 스펙도 떨어지는 그런 옛날 폰이 되었다. 쓰는 도중에 차바퀴에 깔려 전면 액정을 한번 갈아야 했고 이어폰 단자에 문제가 생겨 간혹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를 주었다. 배터리의 성능은 엄청나게 떨어졌으며, 그리고 iPhone3GS의 상단에 있는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재부팅 및 전원을 끄는 것을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수많은 기억과 익숙함을 주고 있었다. 2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기억을 주었고 iPhone3GS을 확대해가면서도 정말 ‘맛나게’ 잘 쓴 것은 분명하였다. 옛날 기기에 불과했지만 여전히 iPhone3GS는 확실히 웰메이드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동 세대의 기기들이 오래전에 퇴락했지만 퇴색할지언정 아직도 훌륭히 제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는 것은 이 기기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안녕이라니 뭔가 시원섭섭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 동안에 든 정이 깊게 남아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 내 시간을 함께 해준 파트너였으며 나의 도우미이자 유흥거리였다. 고작 기계에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뒤집어 보면 내가 스마트폰을 어떤 사연을 가지고 쓰게 되었으며 그리고 어떻게 썼는가가 중요하기에, 사실 이 글은 매우 실제의 의미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닌 글일 수도 있다. 마지막 피처폰을 분실하여 손에 들어온 iPhone3GS와 이리 오랜 시간을 그리고 많은 일을 함께 할 줄 몰랐다. 다음의 iPhone5도 내게 의미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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