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Politics/Politics of Identitiy

왜 Nation을 민족이라 함부로 번역하고 이해하려 하는가?-Renan의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읽기전에.

Fulton 2011. 1. 11. 13:15
반응형
Nation, 그리고 Nationalism에는 사실 많은 오해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오해는 Nation을 아주 자연스럽게 '민족'이라고 번역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Nationalism을 아주 자연스럽게 '민족주의'라고 번역하는 것이다. 사실 이 둘중에 더 큰 오해라면 Nation을 아무렇지 않게 '민족'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다. Nation이라는 개념에는 '민족'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라는 관념이 모두 포함한다. 물론 Nationalism을 '민족주의'라고 번역함이 현재의 통례에 있어서 크게 어긋남이 없는 부분이 사실 더 크지만 Nation을 쉽게 '민족'이라고 번역하거나 이해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에는 Nation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서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적인 의미와 한국사적인 의미에서 민족은 항구적이고 지속성을 가지고 있는 관념이다. 서구에서 Nation을 해석하는 데 있어 세가지 시각은 근대주의, 원시주의, 영속주의가 존재하는 데 한국적인 의미에서의 민족은 '영속주의'에 가깝다. 이는 서구에서도 랑케 등의 역사학자들이 추종하던 개념으로 민족이란 본래 자연스럽게 태동한 것이고 이는 지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오며 현대의 국가(state)는 이러한 민족을 기반으로 하여 건설되었다는 것이 그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는 본래 피히테가  『독일민족에게 고함』이라는 책에서 정의한 관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런 의미에서 Nation을 번역한다면 민족이라는 표현도 사실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서구적인 의미, 특히 르낭을 비롯하여 그 이후의 Nation을 말하는 Gellner나 Anderson은 단순히 민족이라는 어휘나 관념으로 Nation을 번역할 수 없다. 대부분 이들은 근대주의의 관념으로 Nation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과학적인 차원에서 Nation에 있어 가장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관념으로 근대 이후에서야 Nation이 성립되었다고 말한다. 많은 근대주의로 Nation을 정의하는 사람들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기존의 봉건적인 국가가 해체되고 Nation으로 국가가 재편되었다고 말한다. 엄밀히 말해서 근대주의자들이 말하는 Nation은 '민족'이라는 관념보다는 '국민국가'에 대한 관념에 더 가깝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던 동양인이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론의 개략』에서 "현재 일본은 국가는 있지만 국민은 없다."는 말을 통해 state 혹은 goverment는 있지만 Nation은 없음을 지적하고 그러한 Nation을 수립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이를 놀라운 수준으로 통찰한 일본의 사상가가 또한 마루야마 마사오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들 중 많은 수는 Renan을 비롯하여 Anderson의 저서를 오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Anderson의 Imagined Community를 읽고서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니 민족을 부정 후 극복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심각한 오독의 한계를 보이는 사람도 많다. 사실 Anderson이 여기서 쓴 Imagined는 '상상의'라는 번역 보다는 '만들어진'이라는 번역에 더 가깝다. 즉 Nation은 원시부터 존재하였고 그것이 지속성을 가지고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기획되어져서 만들어졌고 그것이 힘을 발휘하여 지금의 근대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 사실 Anderson의 주장이다. 수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인용되고 있지만 사실 Anderson의 요지를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Renan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Nation이란 개개인의 존재가 삶의 영속적인 확인인 것처럼, 매일매일의 인민투표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Nation을 결정하는 것은 인민들과 그 Nation의 자발성에 있다는 것이지 현재의 민족관념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다. 분명 Renan은 피히테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며, Nation이란 철저히 인민들의 자각과 동의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즉 이러한 자각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민족'과 '국가'로 레이블링 되는 것은 Renan의 관념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인다.

민 족을 강조하는 한국사학도, 그리고 민족을 극복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나 포스트모던도 사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민족이지 Nation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논거를 강조하는 데 있어서 Nation을 민족으로 대치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난 Renan에 대한 해설을 좀 써보려고 한다. Renan뿐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Anderson이나 Gellner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지만,  우선 짧막한 Renan의 Qu'est-ce qu' une nation?(한국명 :『민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Nation과 Nationalism의 대한 해설을 곁들여 가며 써보고자 한다. 특히 Nation이란 정의가 본래 서양사와 서양사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그것에 동양적 정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도 첨가해볼 생각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후쿠자와 유키치, 마루야마 마사오, 그리고 강상중의 서술이 많이첨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리는 Nation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가? 흔히들 민족주의와 Nationalism을 비판하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지는 사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그것이 그리 간단치 않고 그렇게 Nation을 쉽게 단정할 수 없을 보여주고자 한다.        
반응형